며칠전 건축주가 전화하더니 상의드릴일이 있다고 잠깐만 뵙자며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건축주인 회사의 대표이사님이시죠.
요즘같은 시대에 왜 들어가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인감이라던지, 등기부등본등 건축주의 인적사항이 들어가야합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저와 동갑이더군요.
솔직히 이번에 만나지 않았다면, 부모 잘만난 덕에 회사 하나 차렸구나..하고 치부하고 말았을겁니다.

그래도 자그마한 작더라도 회사의 대표라 그런지 좀 다르더군요.
이 번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과 조인해서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중인데, 대기업에 제안한 것이 나름 긍정적인 사인을 받았으니 좀더 진행해야 하는데 건축쪽에는 자신이 모르니 그 부분에 대하여 상의를 드리고 싶다고 찾아오신겁니다.(비밀이라 프로젝트에 대해서 더는 언급하기 어렵군요.)
건축주가 찾아온다니 (일을 크게 벌인듯 싶긴하지만) 당연하게도 회사입장에선 클라이언트를 대접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지라 사장님, 부사장님, 팀장님, 저 이렇게 넷이서 건축주를 만났습니다.

건축주가 꾸는 꿈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희미하긴 하지만 꿈의 모습이 보이는 듯 목소리와 눈빛에 굳은 의지가 보입니다.

문득 생각해 봅니다.
같은 나이인데 나는 지금 무엇인가.
내가 초라하다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샐러리맨이라는 윗사람들이 시키는 일, 사장님이 생각하는 회사의 목표에 내가 맞추어져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내가 수동적이지는 않은지 생각해봅니다.
원래 내가 건축을 하면서 생각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건축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인데,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의 기저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과 거에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으나 현재에는 소프트웨어를 생각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 현재에도 목표이긴하지만, 그것을 만들기위해선 소프트웨어, 즉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상상하면 다 만들수 있을만큼의 기술력이 생겼습니다.
건축을 너무 하드웨어로 받아들이지는 않나 생각해봅니다.
건축은 재료를 써서 짓지만, 무엇을 담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현대에와서 건축은 공간보다는 점점 스킨(Skin)에 대한 디자인에 치우쳐가는 느낌입니다.
건축에서의 주인공은 무엇일까요.
건축은 하드웨어라기보다는 하드웨어의 모습으로 가장한 소프트웨어입니다.

건물안에서 이루어지는 꿈.
그것이 곧 건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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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e 賢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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