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읽고싶었던 책이었습니다.
책은 2008년에 나왔습니다만 "김소연의 마음사전"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견한건 그보다도 몇년전이었습니다.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다가 발견하였는데 그 시절에 한참을 이용하던 싸이의 미니홈피에 긁어서 옮겨놓았더랬죠.
책은 말 그대로 사전입니다.
단어의 뜻을 풀이해놓은 사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풀어놓은 "마음사전"입니다.
책의 한대목을 옮겨놓아보면,
외롭다 주체가 텅 비어있는 마음을 응시하는 중일 때 사람들은 '외롭다'라고 말한다. 텅 비어
있는 마음을 응시한다는 의미에서 이 말은 나의 어떤 정황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외롭다라는 말은
형용사가 아니다. 활달히 움직이고 있는 동작 동사이다. 텅 비어버린 마음의 상태를 못 견디겠을 때에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낱말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발화한다. 이미 외로움을 어찌하지 못해 움직여
대는 어떤 에너지가 담겨져 있다. 그 에너지가 외로운 상태를 동작동사로 바꿔 놓는다.
쓸쓸하다 외롭다'라는 말에 비하면, '쓸쓸함'은 마음의 주체보다는 마음 밖의 정경에 더 치우쳐
있다. 정확하게는, 마음과 마음 밖의 정경의 관계에 연루되어 있다. 마음을 둘러싼 정경을 둘러보고는
(응시하기보다는) 그 낮은 온도에 영향을 받아서 마음의 온도가 내려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외로움은
갑자기 찾아오기 어렵지만, 쓸쓸함은 갑자기, 불현듯 찾아오기도 한다.
귄태 '외로움'과 '쓸쓸함'의 끝자락에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이어진다. 외로움이 고독이라면, 고독에게
파먹히고 있으면서도 파먹히는 제 살을 대안없이, 게으르게 바라볼 때가 '권태'의 상태이다. 아무 것도 진단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 상태라는 점 때문에 권태는 늘 만만한 상태에서 지속되고 진행되며 발전된다.
권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천장을 응시하며 벽지의 연속된 무늬를 하나하나 세는 일이다, 외로움은
괴롭지만, 권태로움은 괴롭지가 않다. 괴로운 상황이 괴롭지 않게 여겨진다는 그 점 때문에 조금 더 위험스럽다.
또한 마음의 병든 상태에 가깝다. 권태로부터 벗어나려면, 그 마음자리를 외로움의 상태로 다시 명명할 줄
알아야 한다. 외로움은 약 없이도 회복되지만(정확히 말하자면, 회복되지 않더라도 약 없이도 살아지지만),
권태는 최소한 '외로움'이란 외투로 갈아입어야 마음을 회복할 기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비슷한 단어이지만 마음의 상태는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한때 이렇게 유사 단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사전적인 차이에서 오는 단어의 차이였지 뉘앙스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글을 발견하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책의 내용은 이렇듯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단어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런 사전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지은이가 시인이기때문일 것 같습니다.
소설가와 달리 시인은 적은 단어로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겠죠.
그렇기에 단어를 정의 내리는 방법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거친 세상을 살며 척박해진 마음이 감상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가 있습니다.
최근 사망한 시나리오작가 고 최고은씨 때문에 블로그, 트위터, 팟캐스트를 그만둔 상태이긴한데, 아직 팟캐스트는 살아있습니다. 여기에 마음사전에 대한 팟캐스트가 있으니 다운받아 들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